하루레오의 여행 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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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시즈오카

시즈오카 아오바 오뎅 골목 - 青葉おでん街

하루레오 2013. 6. 5. 17:32

석가탄신일 연휴에 무엇을 할까 뒤늦게 고민하다가 덜컥 일본여행을 가기로 합니다. 웬만한 곳은 표도 없고, 가격도 비싸고...하지만 다시한번 눈을 크게 뜨고 아시아나, 대한항공 일본 취항지를 다 뒤져봅니다.


그렇게해서 시즈오카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번 시즈오카 여행은 렌트카 여행입니다. 2박3일 짧은 시간 동안 많이 둘러보기 위해서인데요. 시즈오카에서 약간만 가면 후지, 이즈 지방을 갈 수가 있습니다. 빼어난 절경과 온천으로 유명한데요. 렌트카를 이용하면 이 곳까지도 둘러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시즈오카에 다와갑니다. 구름을 뚫고 후지산이 저 멀리 보이는 것을 줌을 최대로 당겨 한 장 담아봅니다. 생전 처음 보는 후지산입니다. 크네요.




비행기가 착륙을 하기 직전에 아래의 시골 마을이 보입니다. 음...그런데 비행기 착륙하는데 뭔가 주변 환경이 다릅니다. 게다가 꽤 크게 한바퀴 선회를 하지 않나...아직 높게 떠있는 것 같은데 착륙을 진행하더군요. 알고보니 후지-시즈오카 공항이 산 위에 있는 공항이라고 그런 것 같습니다.




공항을 들어가니 이런 사진이 맞이 해주네요. '후지산의 고향 시즈오카' 후지산과 녹차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시즈오카 공항은 개통된지 몇년 밖에 지나지 않아서 인지 매우 깨끗합니다.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 입국을 마치고, 미리 예약을 해놓은 렌트카 코너로 가서 렌트카를 인수 받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영어를 매우 잘합니다. 깜짝 놀랬네요.


처음 일본에서 운전을 해보는데, 차량이 좌측통행을 하는 사실에 적응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운전석도 오른쪽에 있어서 낯설더군요. 시동을 켜고 출발 하면서 깜박이를 켜는데 와이퍼가 움직입니다. 깜박이와 와이퍼가 반대라는 사실을 숙지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이란 것은 무섭더군요.


공항에서 시즈오카까지는 1시간 가량 이동해야합니다. 보통은 리무진을 이용합니다. 전철은 없습니다. 렌트카로 살살 시즈오카를 향해 운전합니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톨비가 제법되고 아직은 좌측통행에 적응을 해야하기에 국도를 이용하여 시즈오카로 갑니다.


네비게이션이 잘 되어있어 별 무리 없이 시즈오카 시내에 옵니다. 하지만 호텔 부근에 다와갈수록 슬슬 영혼이 분리됩니다. 일방통행 구간도 많고, 보행자 자전거가 정신이 없는데다가 기본적으로 우회전(우리나라로 치면 좌회전)이 비보호 신호 개념이라서 땀 좀 흘렸습니다.


우왕좌왕하며 호텔 앞까지 도착하여 무사히 체크인을 완료합니다. 시간이 제법 늦어 주변 쇼핑몰과 거리를 잠깐 둘러보고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백화점 내에 LOFT 매장이 있길래 들려봅니다.



재밌는 아이템을 발견합니다. COOL이라고 쓰여있는데 쿨팩을 저 인형 안에 넣고 껴안는 것입니다. 무더위 여름을 대비하는 재밌는 상품이네요. 하나 구입할까 고민했지만 충동구매를 자제합니다. 근처 백화점 지하 매장으로 이동합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마감시간에는 맛있는 도시락들이 특가에 나오기 마련이죠. 이것저것 맛있게 먹습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길거리로 다시 나섭니다.




시간이 벌써 9시를 훌쩍 넘어서인지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습니다.




예쁜 인형들이 많은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Sorry We're CLOSED. 사고 싶어도 못사네요.




자전거들이 참 많습니다. 가지런히 서있네요. 늦은 밤거리를 배회하며 오늘의 목적지를 찾아갑니다. 여행가기 전 시즈오카 블로그와 여러 자료를 통해 '아오바 오뎅 골목'을 발견합니다.



어두운 밤이라 찾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큰 규모는 아니라 지도를 보고 잘 찾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시즈오카 시내가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니 방향만 잘 잡으면 찾을 수 있습니다.




아오바 오뎅골목의 입구 모습입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아주 작은 가게들이 양쪽 줄을 지어 15 곳 정도가 있습니다. 각각의 가게들은 많아야 5~6명의 사람이 갈 수 있구요. 이날이 금요일 밤이다 보니 많은 가게들이 꽉 차있었습니다. 꽉 차있다고 해봐야 사실은 좁은 가게에 친구와 동료끼리 삼삼오오 모여 있는 것이 전부이지만요.


저희는 어느 가게를 가면 좋을까 제법 두리번 거렸습니다. 아무도 없는 가게도 좀 애매하고, 꽉 차서 자리가 없는 것도 애매하죠. 나이 드신 어르신 한분과 젊은 친구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할머니 주인장께서 저희를 즐겁게 맞아줍니다. 저희가 한국에서온 관광객인 것을 알고는 의외의 손님이라고 생각하시며 반가워하시더군요.


오뎅 몇 개를 안주 삼아 생맥주를 들이킵니다. 짧은 영어와 일본어 단어를 섞어가며 옆의 젊은 친구와 아저씨, 주인장분과 대화를 나누며 신나게 웃고 떠들었습니다. 원래는 조용히 맥주나 한 잔하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그곳에 있던 젊은 친구가 성격이 쾌활한 것이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듭니다.


언어는 서툴러도 어느 정도 사람 사는 이야기, 요즘 한국과 일본에 대한 이야기,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주인장 할머니께서 한국, 중국, 일본은 가까운 나라니까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라고 역설하십니다. 젊은 청년은 이 집의 단골인가 봅니다. 할머니께서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데, 그래서 가게에 직접 후지 케이블 방송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한 때는 배용준을 열렬히 사모했으나 요즘은 송승헌에 푹 빠져 계신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 친구가 주인장 할머니 핸드폰을 가지고 송승헌 사진을 다운로드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벽을 가리키더군요. 그랬더니 그곳에 송승헌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있었습니다.


대화 주제가 조금 바뀌어 서로 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그 청년은 히로시마가 고향인데 시즈오카의 회사에 입사하면서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이는 28이라고 했던 것 같네요. 조만간 미국 지사로 발령이 나서 그곳에서 2년간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일본인은 영어 공부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몇 년전 한국을 올 일이 있었는데 길거리 가게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다가 좌절을 했다고 합니다. 일본어로는 커피를[ 코-히] 라고 발음하나 봅니다. 아무리 점원한테 이야기를 해도 점원이 못알아들어 커피를 주문하는데 어려웠다고 하네요. 간신히 점원이 이해를 하고 '아~ 커피' 하고 받아들일 때 그 발음을 듣고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크게 웃었네요. 아무튼 영어가 짧다고 고민하는 청년이었지만, 그 정도의 영어로도 모두를 즐겁게 하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같이 자리를 하고 계신 한 분은 건축가라고 하시네요. 크게 말씀은 없으셨지만, 옆에 주인장 할머니께서 이 분이 무슨 건물들을 만들고 그랬는지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그럴때마다 그분은 그냥 가벼이 미소만 지으시며 청년과 저의 얘기를 귀담아 주셨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퇴근길에 잠깐 아쉬움을 달래고자 오뎅골목에 들려 맥주 한잔을 걸치며 다양한 화제로 웃음꽃을 피웁니다. 술기운때문에 더 즐겁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덧 시간이 제법되어 청년이 전철 막차를 놓칠 까봐 들어갈 채비를 합니다. 계산 후 사라지고 보니, 청년이 있던 자리에 휴대폰이 놓여져 있습니다. 깜박하고 놔두고 간 것입니다. 주인장께서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저더러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시며 휴대폰을 들고 전철역으로 향합니다. 뛰어가시는 것도 아니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마지막 열차 출발 시간이 안되었기 때문에 역 플랫폼에 가면 청년이 있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더군요.


시계를 다시 확인해보니 자정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맥주를 한 잔 더 하고 싶지만 내일 일정을 위해, 저희도 신선놀음을 이쯤으로 끝내고 자리를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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